
오늘은 코로나 사태로 바뀐 대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필자는 지난 2년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국의 대학교 상황만큼은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점점 이 블로그가 왠지 모르게 일기장처럼 돼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오글거리기도 하고 자괴감이 조금 드는데 이 글 이후로는 감정이 없는 글을 주로 쓸 계획이라 안심하고 한번 끄적여본다.
현재 이 세상에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안 본 사람은 없다. 많은 행사랑 주변 이벤트들은 대부분 지연되거나 캔슬되었고, 수많은 인연들이 깨진 걸 많이들 느꼈을 것이다. 여기서 대학교들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필자가 다니는 Emory 대학교에서는 1학년이랑 일부의 international 학생들만 캠퍼스로 돌아와 있고, 나머지는 전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중이다. 그러므로 인해, 학교의 인구는 확연히 줄은 게 보이고, 도서관이나 광장 같은 곳이나 많은 시설이 문을 닫았거나 서비스 시간을 단축했다. 여기서 가장 안 좋은 점은 대학교 연구소를 학생들로부터 닫았다는 점이다. 필자는 의대를 준비하는 대학생으로서 거의 필수 사항에 가까운 연구 경험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로선 굉장히 치명적이다. 이제 의대 지원하는 시간까지도 얼마 안 남은 상황에 이런 상황은 더 안 좋을 수가 없다. 필자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이 점에 대해 많이 공감하리라 믿는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기회가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정말 힘들기도 하다.
필자는 미국에 이제 평생 뼈를 묻혀야 하는 입장이기에 솔직히 미국 사람들에 대해서 욕을 하고 싶진 않다만, 냉정하게 말해서 미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개념이 없는 건 확연한 사실인 것 같다. 현재 Residential Advisor (RA)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캠퍼스 기숙사에서 1학년 학생들을 캐어하는 선도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데, 수많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것뿐 더러, 주말마다 여전히 클럽이나 파티를 가는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해왔다. 코로나 감염자 수를 보았을 때, 미국이 세계에서 지금 가장 심각한 상태인데 이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그냥 노빠꾸로 나가는 싸발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대학생 감염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이 상태가 유지되면, 봄 학기에는 캠퍼스가 기숙사를 닫을 거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A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만, 수많은 1학년들을 모두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며, 필자 생각엔 봄학기는커녕 가을 학기도 일찍 닫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태로 인해 미국은 확실히 고평가 된 나라인 것을 증명하는 계기라 볼 수 있다. 마치 누군가 말했듯이, "America is a third-world country, wrapped around in a Gucci belt."
필자 역시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MCAT점수가 발표되었고, 점수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점수임을 인지한 필자는 내년에 재수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아져 있다. 필자는 이번 여름을 공부에만 몰두하면서, 가을에는 빛을 보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만,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재수를 위해 공부를 다시 또 하기엔 이미 많이 지쳐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의지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의도치 않은 공허함과 고독함이라는 장애물도 맟서야만 했다. RA 직업을 맡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름에 못 느껴봤던 설레는 만남도 기대했다만, 현실은 정말 차갑고 잔인했다. 필자는 살면서 여자 친구라는 개념이랑은 딱히 가깝게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로 인한 외로움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생각하지만, 확실한 건 친구들이 주변에 없다는 점이다. 필자의 친구들은 대학교에서 못 돌아오게 막았었고, international 신분인 친구들은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한국에서 재밌게 놀면서, 부모님이 맛있는 한식 매일 차려주시는데 미국으로 굳이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자가 이 친구들을 못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RA직업을 하면서 친구나 연인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많은 이들이 여기서 질문할 수 있을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필자가 RA를 담당하고 있는 기숙사 빌딩은 형태가 굉장히 비즈니스만을 위한 structure를 가지고 있다. 필자가 듣기론, 다른 기숙사 빌딩들은 많은 RA들이 여러 가지 만남도 갖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구축되어 있다고 하는데 필자의 빌딩은 공과 사를 그 누구보다 철저히 구분하고 있으며, 솔직히 이 모임만큼 비즈니스적인 곳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친구나 연인 같은걸 여기서 찾는 건 포기하는 게 정답이었다.

아마 할 게 없어서 이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최근에 "비밀의 숲"이라는 넷플리스 시리즈를 봤었는데, 거기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조승우처럼 (비록 장애로 인한 것이지만) 필자도 감정이 1도 없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감정 같은 게 없으면, 일에만 몰두할 수 있고, 감정으로 인해 의미 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없어질 텐데, 정말 부럽기만 하다. 할 게 없으니, 방 안에 혼자 멍하니 있다가, 외로움 같은 감정이 느껴지고,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기회가 웬 떡이냐 하면서 컴퓨터로 게임만 주야장천 했을 것 같은데, 최근엔 게임도 필자의 머릿속엔 많이 사라진 모양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필자의 친구들 대부분이 코로나 사태를 틈타 연애를 하는 중이고, 이를 지켜보는 게 꽤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공부나 해야 하는 재수생으로서 주제를 알고, 분수를 알아야 하지만, 이런 감정을 안 느끼는 건 불가능했다. 연애를 해서 여자 친구 같은 사람이 있으면, 요즘 겪고 있는 공허함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 지금도 생각하곤 한다. 본인의 외모가 수려하지 않고, 딱히 뽐낼 만한 게 없다는 걸 잘 아는 필자는 오프라인 세계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온라인에서 이런 걸 찾아볼까라는 고민도 코로나 훨씬 전부터 생각해왔었지만, 온라인 세계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처참히 배웠고,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건 나중에 한번 따로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려볼까도 생각 중이다. 왜 온라인 세계에서 연애 상대를 찾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소제로 필자의 스토리 및 주관적인 관점을 소소하게 글로 써보는 것도 새로운 시도이자,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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