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도 한국은 웹툰이 열풍이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필자도 이 맘 때쯤 웹툰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접해본 진지한 장르의 웹툰은 2012년에 연재된 "죽음에 관하여"였다. 비록 1년도 안돼서 완결이 된 것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네이버 웹툰 역사상 최고로 뽑히는 명작이자, 오늘날까지도 최상위권 평점을 자랑하고 있는 웹툰이다. 그리고 아직도 회자되는 수많은 명언이 탄생하면서 작품의 완성감을 더했다. 마치 래퍼 이센스의 The Anecdote 앨범처럼 어두으면서도 깊은 뜻이 담겨있는 작품으로서, 필자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줬었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 다시 한번 짚어보게 됐는데, 처음 읽었을 때 몰랐던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고 더 심도한 생각을 하게 됐었다.
말 그대로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저승에 있는 신이 죽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구조로, 매 회마다 죽음을 소재로 하는 다른 이야기가 약 30회 조금 안 되는 분량으로 나온다. 죽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다 색다르며,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부터 어쩔 수 없이 자살을 택한 사람까지 대한민국에서 흔한 사망 사건들은 다 커버하고 있다. 다만, 이 흔한 케이스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건 죽음에 대한 관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토리를 하나하나 정독하면서 죽음의 억울하면서도 불공평한 면, 그리고 때론 죽음이 허무할지라도 마냥 헛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작가 혀노와 시니의 의도가 잘 표현돼있다.
어렸을 때 이해를 못했던 죽음은 자살이었다. 왜 사람들은 자살을 할까? 왜 굳이 사는 것을 포기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해답은 없었고, 그저 어린아이의 두뇌로 삶이라는 바위에 달걀을 던질 뿐이었다. 꽤 오랫동안 자살이란 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우울증이 극도록 심한 사람들한테만 해당되는 수식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다니면서 이 생각이 바뀌게 됐었다. 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고 예외 있는 해당 사항은 없었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다 라고 느끼는 순간 자기 자신은 바로 죽음의 문턱에 와있을 뿐이다. 필자 역시 살면서 자살충동이 순간적으로 생겼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최근에도 거의 그럴 뻔했다.
2021년 11월 26일, 필자에겐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필자의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떠났기 때문이다. 더더욱 슬펐던 건, 강아지가 나이로 인해 운명한 게 아니라 고작 4년밖에 못 살고 세상을 떠났던 것이었다. 동물 병원에서 힘들어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강아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너무 미안한 감정만 들뿐이었다. 더 잘해주고, 더 맛있는 것 먹여주고, 더 많이 산책도 가줬어야 했는데 그래지 못했던 필자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그저 허무했고 죄책감이 들었다. 항상 방학 때마다 집에 가면 필자를 반겨주고 조건 없이 좋아해 줬던 강아지였는데,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못 본다 생각하니 정말로 안 믿겼다. 솔직히 아직 현실적으로 못 받아들인 것 같다. 지금도 필자의 방으로 가면 강아지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시간을 되돌려서 강아지를 본 첫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허나 아직 창창해야만 할 어린 나이인 강아지를 어쩔 수 없이 보내야 됐다는 것에 그저 하늘을 원망하기만 했다.
강아지를 보내면서 "죽음에 관하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 당시엔 읽으면서 사람들이 죽는 과정을 보았을 때, 어떻게 보면 남 일 같기도 했고 완전히 와닿지 않았는데, 정작 필자 자신도 비슷한 걸 겪어보니 굉장히 어렵고 힘든 것이란 걸 공감하게 되었다. 강아지를 잃으면서, 필자 자신도 자살해야지라는 마음 가짐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필자의 어느 한 부분은 없어진 건 분명했다. 어제 이후로 밥맛도 없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학교 과제를 할 마음도 없다. 미국에서 학생이 과제 제출을 못했을 때 농담으로 "My dog died" 라는 변명을 자주 쓰긴 하는데, 진짜로 왜 이게 변명거리로 쓰이는지 알게 됐다. 그만큼 이런 일을 겪고 사람들이 공감해주니까 어느 정도 명분으로 인정받아 통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강아지를 보내는 심정이 이러한데, 곁에 소중한 가족 분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하루를 살면서 주변 사람이 언제 갈지 모르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에 대한 시선이 어느 정도 비관적으로 변하게 됐다. 이번 계기를 통해 마냥 세상이 어릴 때처럼 생각했던 그런 따뜻한 곳은 꼭 아니라는 걸 배웠다. 다들 언젠가는 죽게 돼있고 우리의 운명은 오직 신만 아는 분야인 것이다. 그러니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남한테 베풀고 잘해주는 것이다. 그런 걸 통해 후회나 아쉬움을 그나마 덜하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이었다.
요즘 글을 쓰면서 최근 필자의 생각이 꽤 어두웠었다는 걸 깨달았다. 추가로 인생의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의도치 않게 감성팔이 글로 블로그를 도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아쉽기도 하다. 다음 글을 쓸 땐 더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려 노력하겠다.
'자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자의 연애사 (0) | 2022.03.09 |
---|---|
도박으로 흥한 자 도박으로 망한다 (4) | 2022.01.13 |
유재석의 기도 (2) | 2021.10.20 |
코로나가 바꾼 대학교 생활 및 필자의 근황 (2) | 2020.09.03 |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0) | 2019.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