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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교양

MCAT의 관한 모든 것 - 필자의 경험

MCAT을 주최하고 있는 AAMC

일단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욕을 먼저 박고 시작하겠다. MCAT은 소위 말해 좆같다.

MCAT (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은 미국 전국에서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AAMC라는 단체에서 만든 시험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MCAT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아서 필자가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한번 써보게 됐다. 이 글을 읽고 의대를 준비하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MCAT은 새롭게 개편됐다. 그러므로 필자는 2015년 전에 대한 정보는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 생략하도록 하겠다.

일단 필자의 경험과 썰을 풀기에 앞서서 몇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의대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이 시험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가겠다. MCAT은 기본적으로 대학교 3학년부터 4학년들이 응시하는 시험으로서 의대 들어가기 바로 직전 단계라 볼 수 있지만, 나이 제한은 없기 때문에 종종 30대, 심지어 40대들도 시험을 보곤 한다. 많은 이들이 MCAT은 의대를 들어가는 학생들을 필터 하는 고시라 생각하는데, 그것이 정답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의대 준비를 하다가 MCAT에 부딪히면서 의대 입시를 포기하곤 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제나 늘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꿔왔고, 고등학생부터 굳건하게 가지고 있었던 진로에 대한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었다. 한두 번, 아니 여러 번, 의대를 포기하고 그냥 연구원이나 STEM 분야에서 적성에 맞는 직업이라도 찾을까라는 생각도 하곤 했었다. 

그럼 이제 더 긴말 없이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첫째로 알아볼 정보는 MCAT의 시험 영역이다. 총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목록은 다음과 같다:

  • Chemical and Physical Foundations of Biological Systems (C/P)
  • Critical Analysis and Reasoning Skills (CARS)
  • Biological and Biochemical Foundations of Living Systems (B/B)
  • Psychological, Social and Biological Foundations of Behavior (P/S)

C/P, B/B, 그리고 P/S의 시간 배분은 같다. 총 59문제가 출제되고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 35분이다. 여기서 15개의 문제가 지문이 없는 independent 질문이고 나머지는 주어진 지문에 대한 문제들이다. 한 섹션당 총 10개의 지문이 있다. CARS는 조금 다르다. 총 53문제가 출제되며 90분 안에 풀어야 한다. 그리고 independent 질문은 없으며, 모든 문제가 지문에 관한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여기서 "아 저 정도 시간이면 할만하네" 이럴 수 있는데, 솔직히 정작 시험을 볼 땐 절대로 그런 소리 못한다. 필자가 MCAT을 공부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단 한 명도 MCAT이 쉽다고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6~7시간은 버텨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천재여도 후반에는 체력 문제가 생기면서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영역에 이어서 알아볼 점은 역시 점수이다. 4영역 모두 118점에서 132점 사이의 값으로 스코어가 책정이 되며 총 합치면 472점에서 528점 사이로 점수가 결정이 된다. 모든 문제는 객관식이며, 틀렸다고 감점을 받지는 않기 때문에, 찍는 것도 가능하다. 정답 개수는 "raw" 스코어로 반영이 되며, 시험 문제 출제 난이도를 고려하여 "scaled" 스코어로 변환이 된 것이 MCAT에 점수다. 

이제 왜 MCAT이 어렵고, 열 받는 시험인지 설명을 하겠다. MCAT은 과목들에 대한 이론이나 여러 가지 컨셉트를 시험하곤 하는데 마냥 외우고 공부해서만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아까 언급한 지문에 관한 문제가 시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지문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정보를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기본 지식은 물론이며, 상당한 리딩 실력을 가져야만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리딩 실력은 어찌 보면 터득할 수도 있는 과정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나, 영어가 제1개 국어가 아닌 사람들은 말할 수 없이 어렵다. 필자도 미국에서 이제 10년을 살았지만, MCAT 지문을 보면서 영어 실력을 의심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다. 필자는 그리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다. 가장 억울했던 것 중 하나는 시험 문제를 보고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확실치 않아서 정답을 쉽게 못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는데 지문을 이해 못해서 문제를 못 풀었을 때 너무 억울하고 슬프기도 했다.

필자는 공부를 할 때 과목마다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하면서 외워나갔다. 책을 정독하면서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한 5번 정도 봤을 때는 몇몇 부분은 책 페이지 통째로 외우는 경우도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계속 보면 저절로 외워지게 된다.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일 시험은 물론이고, 연습 시험을 보면서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건 많았는데 지문을 이해하기가 터무니없이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MCAT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지문을 내서 미국 native인 애들도 어렵게 느껴지라고 만드는 건데, 그러면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아예 답이 없는 거였다. 지문을 읽고는 있는데 뭘 읽는지 모르는 게 대다수였고, 당연히 연습 시험 점수도 좋게 나오지 않았다. 필자가 가장 좋게 나온 점수가 510점이다.

이제 4가지 과목에 관한 굉장히 주관적이고 뇌피셜적인 경험을 풀겠다. 이 부분은 그냥 필자의 썰 듣는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될 거 같다.

C/P랑 B/B는 공부하면서도 어려웠고, 시험 당일날에도 어려웠다. 총 3달 가까이 공부를 했지만, 마지막까지 연습 시험 점수가 바닥을 쳤다. 위에 언급했던 거처럼, 이론이나 어떤 지식은 많았지만, 정작 지문을 보고 응용하는 부분이 너무 어려웠다. 대부분 "어 이거 책에서 본 내용인데, 지문이 뭔 말 하는지 정확히 몰라서 답이 확실하지가 않네" 이런 기분이었고, 약 70%가 그랬다. 전체적으로 Research article이나 연구 발표 내용 같은 거 이해하고 그래프나 테이블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대학교에서 연구 경험이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CARS 과목은 누구나 어려워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미국 현지인들도 어렵다 하고, 132점을 받는 애들은 그냥 태생적으로 IQ가 좋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이 과목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 오랫동안 꾸준히 준비를 해야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시험 보기 1년 전부터, 매일매일 하루에 passage 하나씩 연습하는 것이 3달 동안 몰아서 하는 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지혜로운 전략인 거 같다. 하지만 필자는 이걸 시험 보기 얼마 안 남았을 때 깨달았으므로, 이 글을 읽는 자들이 참고하기만을 바란다.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과목은 P/S 였다. 이 부분은 영어 리딩 능력을 시험하기보다는 암기 능력을 시험하는데, 그냥 말 그대로 외우는 것만 잘하면 만점 (132점)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과목이다. 많은 시간을 쏟아서 달달 외우기만 했었던 필자는 시험 당일날에도 이 과목만큼은 자신이 있었고 꽤 쉬웠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유일하게 공부한 만큼 점수가 나올 것 같은 과목이었다.

필자는 2020년 8월 14일 시험을 봤고, 아직 점수가 안 나온 상태다. 아마 점수가 나오면 다시 팔로우업으로 글을 쓰거나 수정할 것 같다.

글을 끝마치면서 마무리로 몇 가지만 이야기하고 싶다. 시험을 본 후 느낀 건, 확실히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은 지식을 시험하는 거 보단 영어와 고도의 리딩 능력을 시험한다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빡치는 부분이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거나 아니면 여기서 태어나야만 잘할 수 있는 시험으로 밖에 안보였다. 매일매일 기도하고 많은걸 포기하면서 공부했지만, 시험에 모든 걸 못 보여준 거 같았고, 점수도 잘 나올 거 같은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보통 시험을 보면 홀가분하고 바로 기분이 좋아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더 안 좋고 속만 타들어갔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억울했고,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헛된 것 같아서 현타가 심하게 왔다.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은 보면 술 마시러 다니고, 클럽 가고, 피시방 가고, 여행 가고, 연애하고, 뭐 다하는 동안 필자는 3달 동안 정말로 공부만 존나 했는데 이런 결말이 있는 거 같아서 진심으로 속상하고 울고만 싶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