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와 교양

미국 의대 진학 과정

필자의 롤모델인 이국종 교수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오랜만에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는 글을 들고 왔다. 최근에 쓸데없는 감성팔이나 사는 게 힘들다고 징징대는 글을 많이 올렸었는데 이번 글은 유익한 내용을 보여줄 수 있어서 뭔가 블로그를 처음 쓰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 같다. 한동안 초심을 잃었어서 블로그의 정체성이 좀 애매해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던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서론에서 미리 집고 넘어가고 싶은 건, 필자의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모든 디테일을 하나하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걸 감안하면서 읽어줬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그럼 더 긴말 없이 미국 의대 진학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좀 시작해보겠다. 아시다시피 필자는 현재 미국 휴스턴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는 1년차이다. 운이 정말 좋게도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의대에 붙어서 중간에 비는 텀 없이 바로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들어서는 대학 졸업 후 보통 1년이나 2년을 쉬면서 이력서를 위한 경험을 더 쌓거나, 놀러 다니면서 시간을 보낸 다음 의대를 지원하는 게 대부분인데 그 이유는 명확히 한 가지다: 미국 의대에 붙는다는 건 하늘이 도와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대에 붙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해가 지날수록 이 진입 과정은 더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필자의 현재 스펙으로 10년 전에 지원했다면 좀 더 많은 의대 옵션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한 군데도 못 붙고 떨어지는 게 정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정이 왜 더더욱 어려워지느냐? 나날이 갈수록 의대 지원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뉴스에서는 미국에 의사들이 점점 부족해질 거다,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인력이 떨어질 거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긴 한데, 다 개소리라는 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미국 의대 지원자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합격 여부를 주는 숫자는 학교마다 그대로 유지하니까 자연스럽게 합격 여부를 받는 지원자 퍼센티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경쟁률은 가면 갈수록 빡세지는데 미국 의대들은 이거에 대해 하는 것이 딱히 없다. 그러면서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AAMC)는 의사 인력이 부족해진다는 소리를 하니 기가 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의대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설명을 하자면 미국 시스템은 4년제 대학교부터 시작을 해서 의대를 4년 다니고, 레지던시를 보통 3년에서 길면 7년까지 하는 게 표준이자 FM이다. 그래서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밥벌이를 시작하는 건데, 현타가 올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첫 번째 단계인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필수 사항이다. 당연히 GPA (미국 학점 제도)도 4.0 만점에서 3.85 정도는 나와줘야 의대에 지원을 할 수가 있다. 물론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다. 예를 들자면 하버드 대학교에서 듣는 수업 수준이랑 어느 시골 깡촌 지잡대에서 듣는 수업 수준은 평등하다고 칠 수 없기 때문에, 지잡대에서 3.9를 받는다고 해도 하버드에서 3.8을 받는 거보다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좋은 대학을 나올수록 의대들이 좀 더 GPA에 대해 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 부모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인생이 편해진다라는 말이 여기선 타당하다. '좋은 대학교 = 더 많은 기회'라는 방정식이 여기서는 성립한다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대학교를 들어가서든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해야 학점도 좋게 나오고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학점에 따라 붙는 의대 급도 나누어진다. 유명한 의대들인 NYU 의대나 하버드 의대 붙는 지원자들의 GPA는 비교적 안 유명한 캐리비안에 있는 의대 지원자들보다 수치가 높은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사항은 MCAT이다. MCAT은 이제 의대 지원서에 제출해야 하는 의대 시험 점수인데,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필자의 예전 글인 "MCAT에 관한 모든 것 - 필자의 경험"을 참고하기 바란다.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MCAT은 지원자들을 어느 정도 필터링하는 의대 고시이고 GPA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험이다. 만약 GPA가 망한다 해도 MCAT을 특출나게 잘 본다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528점이 만점인데 아시안이라면 500점 이하로는 턱도 없고, 최소 510점은 넘겨줘야 의대들로부터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불편한 현실이지만 받아 들어야 하는 팩트는 의대들은 아시안들에게 더더욱 박하다는 점이다. GPA는 물론이고 MCAT 점수도 다른 인종의 지원자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한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은 고등학생들이 대학교 지원할 때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도움이 안 되는 게 하나 더 있는데, 이 시험도 매년 조금씩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필자가 3수를 한 경험자로서 느낀 건, Psychology/Sociology 섹션은 확실히 5~6년 전에 나온 문제들보다 난이도가 어느 정도 상승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MCAT이나 GPA가 높다고 해서 붙는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는 사람들 중에 MCAT이 520 나오고 GPA가 거의 4.0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반대로 MCAT이랑 GPA가 둘 다 낮은데도 붙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느냐는 솔직히 미지수다. 가장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건 이제 학업이랑은 별개인 연구나 논문 이력이나 봉사활동에서 나오는 차이가 이런 걸 좌지우지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 경험을 필수로 한다고는 말을 안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의대들은 이걸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원자들 스펙을 조사해보면 대학원 졸업생이나, 박사 과정을 밞았던 지원자들이 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게 확연하게 보인다. 이들은 non-traditional applicant라는 신분으로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이나 2년만에 의대를 들어가려는 사람들(traditional applicant) 보다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게 되면서 좀 더 쉬운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오히려 더 쉽게 들어간다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단점은 대학원이나 박사 과정을 밞게 되면 나이가 기본으로 반오십을 넘기기 때문에, 세월을 꽤 날린다는 점은 감안하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연구 이력에 더불어 봉사활동도 굉장히 중요하게 쓰여진다. 의대들은 특히나 non-clinical 봉사활동을 중요시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점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의대에 지원하는 거니까 보통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하는 clinical 봉사활동을 더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대다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의대들은 은근 의학 분야랑은 관련이 없는 봉사도 많이 쳐준다. 물론 clinical 봉사도 많이 하면 할수록 의대에 붙을 확률이 높아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non-clinical를 많이 하면 할수록 더 이력서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필자의 뇌피셜적인 생각인데, 아마 다들 너무 clinical 봉사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니까 오히려 non-clinical을 많이 한 사람이 좀 더 유니크하고 신박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서 의대들이 그런 점을 고려하고 뽑는 거 같다는 의견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의대를 지원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의대에 들어가고 싶은 자라면 더 갖춰야 할 조건이 몇 가지 더 있다. 그 중 또 하나는 교수님이나 은사들로부터 받아야하는 추천서이다. 추천서를 대부분 3개에서 4개는 기본적으로 들고 지원을 하는데, 이러하려면 몇 교수님들이랑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대학교를 다닐때 강의만 듣고 바로 뛰쳐나오지 말고, 끝난 다음 질문을 몇가지 하면서 친해지던가 아니면 오피스에 찾아가서 친분을 쌓는 게 필자에게는 도움이 많이 됐었다. 추가로 의학 분야에 관련된 분들이나 아니면 봉사활동이나 일을 하면서 만나는 의사들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도 부스터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걸 필자는 자신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해서 의대를 지원할 때 이제 메인 에세이라고 볼 수 있는 Personal Statement도 추천서를 써주신 분들이랑 합을 맞춰서 도움을 받는다면 더더욱 의대에 붙을 확률이 높아진다. 의대를 지원할때 1~2차 단계랑 3차인 인터뷰 단계의 차이점은 여기서 갈라진다. 얼마나 Personal Statement를 잘 쓰느냐에 따라 인터뷰 여부가 결정이 난다. 1차에서 기본적인 스펙이 통과되고, 2차에서 서류 합격을 해야만 인터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Personal Statement를 설명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생사를 기반으로 쓰는 에세이인데, '어떤 내용을 써야지만 무조건 통과한다' 뭐 이런 건 사실 존재하지 않아서 정말로 주관적이고 정답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는 부분이자 예측이 불가능한 통과 단계다.

이것 말고도 다른 조건들은 많다. 예를 들어서, 부모님이 의사이거나, 지원하는 그 어떤 해당 의대를 졸업을 했다거나, 일을 했다거나, 기여도가 어느 정도 있다면 그 의대에 합격하는데 도움이 된다. 말 그대로 빽을 써서 들어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중 하나라는 말이다. 당연히 빽이 존재한다고는 의대들이 말을 안하지만, 필자가 지원했던 의대마다 그딴 질문을 계속 물어보는 꼬락서니를 보면, 분명히 이유가 다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군대에서 몇 년 동안 나라를 섬기도 오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요소로 적용이 된다. 베테랑들에게 주는 특권, 이 부분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글을 쓰면서 의대 진학 과정에 대해 100프로를 쓰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요소나 필수로 가져야만 하는 자격 조건들은 써놨기 때문에 이걸 참고하면서 의대를 지원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지원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긴다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본인이 의대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자기 자신한테 몇 가지를 질문해봐야 한다. 본인이 정말로 간절했는가? 본인이 정말로 죽을 만큼 노력을 했는데 안됐던 것인가? 마냥 술만 퍼마시고 이성을 만나러 놀러 다니면서 그냥 운으로 의대에 붙기만을 바랬던 것이 아닌가? 이런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그리고 만약 노력을 다 쏟아부었지만 의대에 붙지 못했다 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식상한 표현이라 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붙기 마련이다. 필자 주변에도 여러 번 해서 어떻게든 결국엔 붙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러니 참고 계속 나아간다면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을 보게 되리라는 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