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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교양

영화로 보는 한국 역사 (스포주의)

한강식 (정우성 扮)

영화 "더 킹"에서 한강식(정우성 扮)은 명대사를 남긴다: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 내가 또 역사 강의해야 돼?... 요즘 애들은 왜 역사 공부를 안 하니?"

역사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터넷과 기술이 발달한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는 더더욱 보기 힘들다. 현대 기술은 매우 미래지향적이며, 파급력이 빠르고, 이건 우리의 일상생활만 봐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미래가 존재하려면 역사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마치 독립운동가 및 학자였던 신채호가 말했듯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을 뿐이다. 이러한 인식을 모두가 가지고 있다면, 요즘 시대의 크고 작은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어느 하나에 더 중점을 놓는 것도 아니고, 또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그저 역사의 필요성을 깨닫고 앞으로 에 방향성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할 수만 있게 하면 된다.

역사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기 쉽지 않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꽤 유비쿼터스 하다. 필자 또한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릴 적부터 다양한 분야의 영화를 접했었다. 특히나 필자는 실제 있었던 사건과 역사와 연관돼있는 영화를 즐겨 봤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영화에 다루어지는 역사를 관심 있게 보곤 했었다. 사극이나 대하드라마를 관람하는 모습을 본 필자의 할아버지는 필자가 중학생 때 생일 선물로 조선왕조실록을 사서 보내주셨는데, 그건 오늘날까지 읽지 않았다고 한다. 확실히 역사공부는 영화 한정으로 하는 게 읽는 것보단 훨씬 더 설득력 있고 끌리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영화 속에 나오는 한국 역사를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많이 미숙하고, 어쩌면 뇌피셜(?)적인 부분도 존재할 수 있기에, 그냥 재미로 보고 웃고 넘기는 용으로 읽기를 바란다.

영화 "더 킹"

첫 번째 영화는 앞서 언급했던 "더 킹"이다. 2017년 개봉한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라인부터 명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을 돋보이며, 영화 관객 수가 530만 명을 돌파하는 흥행을 이끌었다. 영화에서 나온 정우성의 명대사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면서 클립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더욱 돋보이는 건 영화가 파격적으로 선보였던 1990년대 대한민국 정치 세계의 특징이었다. 부패와 타락으로 물들여진 한국 정치판에는 국룰이 하나 있다. 바로 권력과 정권을 휘어잡고 있는 자들한테 논란이나 스캔들이 불거질 경우, 전 국민의 시선을 연예인의 스캔들 및 다른 사회적 이슈로 돌린 다음 시간으로 잠재운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뜻이다. 물론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영화 덕분에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정치적 성향이 재조명을 받고 다시 한번 그들을 일깨워줄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되었었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도 이것과 연관이 있다. 연예인 스캔들이 갑자기 터지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뜨는 것도 정치판에 일어난 일들을 덮기 위해서 조작되었다는 말이 많았었고, 끝내 신뢰성이 바닥을 쳤었다. 이로 인해 네이버 검색어도 2021년 2월, 결국 폐지되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더 킹"의 배경은 말했듯이 90년대 후반이다. 주인공인 박태수(조인성 扮)의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는 80년대 민주화운동부터 해서 태수가 검사 계열에 입문해 한강식 라인을 타는 때까지 그 당시에 배경을 그려주는데, 우리가 흔히들 아는 "빽"으로 성공하는 사람들, 돈으로 입틀막 해서 징역행을 회피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직하게 일해도 라인을 잘못 타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자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이런 부패 행적은 영화에서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고, 영화 속에 대표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실제 존재한 인물들을 모티브로 구성되었다. 한강식과 그의 부하들은 정치계에서 유명한 이인규, 홍만표, 그리고 우병우를 캐릭터로 담은 건데, 확연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정우성과 배성우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던 날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창문을 내려보면서 미소 짓는 걸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 주인공들을 참교육하는 캐릭터로 나오는 안희연 검사도 실존 인물인 임은정 검사를 모델로 따왔다. 소신 있고,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사로서, 한재림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다. 

영화 "관상"

두 번째는 한재림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관상"이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기대치를 모았던 이 영화는 흥행에는 성공하였으나 정말 아쉽게도 천만 관객 영화 리스트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역시 여기서도 명대사가 탄생하며, 수많은 패러디가 공중파 예능이랑 유튜브에 떠도는데, 특히나 배우 이정재가 가장 큰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이정재 성대모사하면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대사가 먼저 거론되는 이유도 이 영화의 인기 덕분이다. 게다가 이정재의 등장신은 대한민국 영화 중에서 역대급에 존재감을 돋보이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관상" 또한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재미 요소를 위해 허구적 사실을 첨가해서 재구성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역정 혁명인 계유정난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계유정난은 1453년 수양대군이 단종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반대파들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정변이다. 실제 당시 조선시대의 배경을 조금 설명하자면, 세종대왕의 아들인 문종은 본인이 운명을 다할 경우를 대비해, 아들인 단종한테 왕세자 자리를 임명하였는데, 단종의 나이가 매우 어려 영의정, 좌의정, 그리고 우의정한테 보필을 할 것을 부탁했다. 당시 우의정은 역사 교과서에도 많이 나오는 유명 인물 김종서로서, 영화에서는 배우 백윤식이 담당하고 있다. 허나, 문종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과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세력도 만만치 않았으며, 이것이 어떻게 보면 계유정난의 발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다 김종서까지 병권과 조정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게 되면서 여러 가지 세력이 단종을 두고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수양대군이 영화에서도 반란을 일으키면서, "이 나라가 이 씨의 나라인가, 김 씨의 나라인가"라고 한 발언도 정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던 김 씨 가문 김종서를 저격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수양대군의 세력은 궁의 많은 인물들을 합류시키며, 반란의 박차를 가하고 최종적으로 쿠데타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대결구도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는 좌의정으로 나오는 김종서는 무신 출신으로, 세종대왕의 함경도 관찰사로서 북방을 개척하는데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문신이 된 인물이다. 단종을 보필할 당시에는 그나마 수양대군을 가장 적극적으로 견제했지만, 결국 반란이 일어난 이후 무릎을 꿇게 되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김종서에 이어서 수양대군은 많은 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희생시키고 영화가 끝나기 전 관상가 김내경(송강호 扮)의 아들 진형(이종석 扮)까지 활로 쏴 죽이게 되는데, 이 마지막 부분은 영화적 허구다. 

영화 "암살"

다음 영화는 국내 영화 상영 역대 11위를 자랑하는 최동훈 감독의 2015년 영화 "암살"이다. 관객 수 1200만명을 돌파하며 엄청난 인기를 이끌었었는데, 일제강점기 시절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역사적으로도 어느 정도 깊이가 있다는 영화로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배우 라인업도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오달수, 이경영 및 심지어 특별출연으로 조승우까지 캐스팅되면서 대한민국을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다 출연했다. 어떻게 보면 1200만 명을 돌파할 수밖에 없는 사기 라인업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영화의 소재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었다. "암살"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계획했던 조선 총독인 일본 장교 우가키 가즈시게 암살 작전을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이 외에 영화의 주인공들도 몇몇은 실제 인물을 직접 모티브로 삼아 재현해냈다.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나온 안옥윤(전지현 扮)도 실제 존재했었던 독립운동가 남자현을 따온 캐릭터이다. 남자현은 여러 가지 활약을 하면서 독립운동에 큰 힘을 썼는데, 암살 작전도 여러 번 계획하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보여준 스토리처럼 1933년에는 일본 장교를 암살하려다가 실패하여 체포되는데, 안타깝게도 얼마 가지 못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전지현이 열연하면서 보여준 캐릭터는 남자현의 의지와 강인함을 보여준다. 잠깐이지만 그래도 임팩트를 남겼던 캐릭터인 김원봉(조승우 扮)도 의열단장으로 운동에 기여한 인물으로서 일제강점기 때 이름을 날렸던 운동가였다. 김원봉은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 사회주의자 및 공산당 지지자 인식이 워낙 큰 관계로 그의 업적이 많은 인정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전문 용어로 "빨갱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한국전쟁 이후 오랫동안 그는 피치 못할 원성을 샀었는데, 먼 훗날 최근이 돼서야 그의 업적이 다시 한번 재조명받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도 조승우가 재현한 김원봉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서 한 발음을 이용하며 "우리의 타케트다"라는 대사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러한 작은 디테일이 조승우의 캐릭터를 관객들의 머릿속에 더 각인시켰다.

영화 "사도"

네 번째 영화는 다시 사극이다. 필자가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영화 중 하나로, 어떻게 보면 조금 충격적이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및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조선시대 후반기에 있었던 임오화변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만들어진 이준익 감독의 작품 "사도"이다. 솔직히 말하면 조선시대 역사의 그렇게 유명한 일화는 아니기에 필자도 영화를 통해 임오화변에대해 접하게 되었지만 충격적이였던건 확실했다. 필자도 아버지랑 사이가 그리 좋진 않기에 영화를 관람하면서 공감되는 요소가 종종 있었고, 역사를 다루는 영화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이입해본건 처음이였던 것 같다. 어릴 적에 필자를 엄하게 키우신 아버지를 되돌아보고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임오화변에 대해 설명을 좀 하자면 1762년 조선시대 왕이었던 영조(송강호 扮)와 노론에 의해 영조의 아들인 장조 사도세자 (유아인 )가 죽임을 당한 사건이다. 여기서 노론은 당시 조선의 집권 세력으로서 어떻게 보면 종교적 권력을 가지고 있던 파벌이라고 볼 수 있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어릴 때부터 매우 엄하게 키웠으며, 그러므로 인해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이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 구도가 고조되면서, 결국엔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심리적 압박 및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사도세자는 참고 참다가 끝내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데, 이것이 큰 문제가 되어 영조와 노론이 반응을 하게 된 것이다. 사도세자는 울화증 같은 증상을 보이며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쓰여 있는데, 병이 점점 심해진 것 말고는 자세히 나와있는 게 없다. 이러한 아들의 상태를 명확하게 보지 못한 영조는 비행에 분노해 사도세자를 폐위하고 뒤주 속에 가둬버리는 심한 처벌을 내리는데 영화에 나오는 그대로다.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사이즈에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8일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영조는 이걸 계속 방치하고 사도세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 유아인은 미친 연기력을 보이면서 사도세자의 역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니 끔찍하고 그저 충격일 뿐이었다. 물론 사도세자가 잘못을 저지르고, 철없는 행동을 한건 백번 맞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그런 방식으로 교육하고 끝내 죽이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사도세자도 어느 정도 미쳐있었지만, 아버지인 영조도 미친놈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