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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교양

아직도 존재하는 인종 차별의 심각한 현실

올해 인종 차별 의혹을 받고 있는 영국의 PFA

오늘은 상당히 무거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원래 새로 올리는 글 주제는 의대 진입 및 의대 준비 과정에 대해 자세히 써보려고 했으나, 현재 인종 차별의 심각성 때문에 도저히 못 참아서 그것은 잠시 미루기로 해놓았다. 인스타 스토리에 최근 느끼는 불만과 인종 차별에 대한 감정을 올리려고 했는데 글 쓰는 사람은 글로 표현 하는게 올바르다 싶어서 바로 티스토리를 켰다.

몇년 전, 필자의 사촌누나는 필자에게 "한국 사람은 한국에 살아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겼었다. 물론 많은 뜻이 담겨 있지만, 여기서 포함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인종차별이다. 진짜 어딜 가나 인종 차별은 존재한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한국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나 동남아시아계의 사람들을 겉잡아서 안 좋은 표현을 하는 것을 꽤 들을 수 있다. 결국 인종 차별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없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연예인 박명수가 이런 것에 대해 명언을 하나 남긴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이게 맞는 말이다. 고질적으로 계속되는 문제에 대해 굳이 싸우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로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살아야만 인종 차별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이나 타지에 살면서 인종 차별을 안 느끼면서 산다는 건 그저 개인의 터무니없는 망상 속에서 행복 회로를 돌리는 것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필자는 예전부터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나 대우에 있어서 그나마 관대한 편이었다. 외국인들이 필자 본인이나 다른 아시안 인종에 대해서 장난식으로 비하 발언을 하거나 농담을 꺼낼 때마다 그냥 웃어넘기고, 맞장구치면서 드립을 받아쳐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정색하면서 진지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굳이 피곤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상황 속에선 넓은 아량으로 그런 사람들을 어느 정도 쉽게 봐주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새로 느끼는 게 있다. 아시아인들을 향한 인종 차별이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고 나서 더욱 아시아인들이 타케트(조승우식 발음)가 되면서 차별 대우가 더 심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건 미국의 아시아인들을 향한 총격 사건들이다.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이 그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증오와 혐오감이 똑똑히 드러나있는 부분이다. 미국에 살면서 본인의 인종 때문에 치를 떨면서 매일매일을 두려워해야 한다면, 미국에 왜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필자 본인도 얼마 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이제 미국인이 되었는데, 솔직히 군문제만 아니었으면 죽어도 안 했을 결정이었다. 솔직히 기회도 많지만, ♥같은 것도 많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2021-2022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손흥민

그리고 언급을 안할 수 없는 사건이 최근에 하나 있었었다. 바로 대한민국 축구선수 손흥민에 관한 내용이다. 이번에 페널티킥 골 하나 없이 23골로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을 수상하면서,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를 챔피언스 리그로 견인한 장본인인 손흥민은 말할 필요 없이 올해 최소 선수 중 하나였다.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표현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위 선양을 제대로 하고 있는 월클 손흥민은 의심의 여지없이 Professional Footballers' Association(PFA) 리그 올해의 팀에 선정되고 리그 최고의 선수 후보로도 이름을 올릴 것이다라고 점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차가웠다. 리그 최고의 선수 후보는커녕, 리그 올해의 팀 베스트 일레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게 정녕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득점하고, MVP도 밥먹듯이 따내던 손흥민이 아무것도 받지 못했던 건 그저 인종차별 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쉽게 말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영국의 축구 영웅인 해리 케인이 리그 득점왕을 PK 골 하나 없이 따냈는데, 최고의 선수 후보나 리그 베스트 일레븐에도 포함이 되지 않는다면 영국은 지금 난리가 났을 것이다. 훌리건들이 거리를 때려 부수고 다닐 것이며, PFA는 지금 온갖 살인 협박에다가 실제 살인이 일어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영국 시민들은 극대 노할 것이다. 그저 대한민국이라는 국적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리그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서 이름도 못 올린다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확실한 건 PFA가 명백한 실수를 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평론가들이나 전문가들도 PFA를 비판하면서 차별 대우를 의심하고 있다. 맨유 레전드 게리 네빌이나 리버풀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를 비롯해 로비 킨, 폴 머슨 같은 전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도 이번 PFA에 결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맨유에서 백작이라고 불렸던 2010-2011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베르바토프도 해리 케인은 리그 최고의 선수 후보로 뽑히고, 그보다 더 잘했던 손흥민이 탈락한 건 말도 안 된다면서 화를 냈던 것을 보면, 이 사태가 꽤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찌 리그에서 18골밖에 못 박고 팀 성적은 6위로 유로파리그를 가게 되는 날강두는 리그 최고의 선수 후보로 뽑히면서, 23골을 PK골 없이 득점하고 팀 성적은 4위로 챔피언스리그를 가게 되는 손흥민은 탈락하게 된다는 것인가. 그저 이름값, 예전에 명성 때문에 뽑혔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가 30개나 되는 전혀 꿀리지 않는 스탯을 갖고 있어도 그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고 대중에게 spotlight를 못 받는 것이 분명하다. 리그 골 한 50개는 박고, 어시스트 한 20개는 박아야 리그 최고의 선수 선정은커녕 후보로라도 언급이 되려나 싶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걸 보면,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 이런 월클 중에서도 월클인 손흥민도 대한민국이라는 국적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필자가 뭐라고 이런 대우를 피해 갈 수 있는 것인가. 더 심하면 심할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겪었다. 몇년전에 방학 때 텍사스에 있으면서, 아버지랑 같이 테니스를 치러 동네 테니스장에 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동네 백인 애들이 아시아인이라고 놀리면서 인종 차별을 시전 했던 적이 있었다. 맘 같아선 1대5로 현피라도 뜨는데, 아버지가 보고 있던 탓이라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경험담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여러 번 이런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거나 대응을 딱히 안 했던 적이 머릿속에 몇 개 남는다.

요즘 느끼는 차별은 좀 신박한 방식이다. 클럽이나 파티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건데, 사람들이 어떻게 뭉쳐있는지를 보면 된다. 인종들끼리 서로 섞는 경우가 막 엄청 흔하지 않다. 남녀 만남을 가질 때도 딱히 아시아인들이랑 섞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게 정배다. 일본 애니나 특히 요즘 BTS 같은 유명해진 케이팝 그룹들이 없었다면, 아시안 남자들은 쳐다도 안 보는 게 외국인들 심리였을 것이다. 본인이 아시아인이라면 어느 그룹이나 노는 곳에서도 아시아인들을 외면하고 피하는 게 있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이게 정말 미세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서늘하게 느낄 수 있는 인종 차별이다. 겉으로는 안 해도 속으로는 딱 보이는 차별적인 대우. 비록 물증은 없고 심증만 남는다는 게 허점이지만, 필자 같은 아시아인들은 이러한 적이 종종 있었으리라 믿는다.

필자는 늘 이야기한다. 부모님이 미국에 이민 오기로 결정한 것이 감사하면서도 원망스러웠었다는 점을. 까놓고 말해서 필자는 한국에 살았어도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살아남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비록 지금보다는 좋지 못하고, 인생이 꼬여서 안 좋게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덜 행복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미국에 왔으니, 미국에서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팩트다. 최근에 필자는 에모리에서 Tibetan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랑 대화를 많이 나눴었다.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 전에는 자신에 나라를 떠나고 미국으로 넘어와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게 전 세계 모든 이들의 로망이었다고 하셨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미국에서는 더 큰돈을 만질 수 있다, 미국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체감을 느껴보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지 않냐고 질문하셨다. 이젠 한국도 많이 좋아져서 굳이 미국에 뒤쳐진다라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오히려 한국으로 넘어와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유학생들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사는 것을 보면 미국이 예전만큼 그리 대단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는 인종 차별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필자는 주장하고 싶다. 작다 하면 작아 보이는 문제지만, 무시하는 건 불가능한 인종 차별이 모든 인간들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