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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교양

신과 나,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혼자서 외딴섬에 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부터 해서 종교는 물론이고, 인간관계 및 쓸데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사색에 잠기곤 한다. 사람이 무슨 철학가인 듯 마냥 혼잣말로 대화를 하고 있지 않나, 하다 하다 혼밥이 이젠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지지 않나, 어떻게 보면 사람이 정신적으로 미쳐가는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흔히 일어나는 해프닝이 이제 종교에 의존을 하게 되는 경우다. 최근 필자가 그렇다. 로빈슨 크루소라는 소설을 읽어보면 주인공인 크루소가 특히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종교적인 문학도 자주 읽고 신앙도 꾸준히 지키게 되는 걸 볼 수 있는데 최근 필자의 모습은 이것이랑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한 섬에 지내면서 거의 무인도 생활에 가까운 경험을 하고 있는데, 나름 필자의 종교에 대해 생각을 갖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필자는 태생적으로 기독교 신앙이고, 어릴 때부터 교회를 부모님 따라 매주 나가곤 했었다. 나이를 먹고 대학교를 가면서 안나가게 된 전형적인 케이스인데,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라는 종교를 내려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도 신앙이 나름 있다고 생각하고, "I'm still f*cking Christian"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크리스쳔이다. 그리고 교회도 완전히 안 나간 것은 아니다. 종종 방학 때 집에 돌아올 때마다 부모님 교회를 들렸었고, 코로나 시국 때는 인터넷으로 설교를 들으면서 MCAT 시험을 위해 공부하던 시절 마음속에 평화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허나 필자의 신념이나 믿음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해 봤을 때 조금은 차이가 있다. 필자는 일단 교회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배하는 것을 반대하다기보다는 그 후에 사람들 만나서 모임을 하고 점심을 같이 하면서 서로 친목을 다지는 게 뭔가 썩 내키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교회를 다닌다 해도 설교만 듣고 싸악 빠져나오곤 하는데, 가끔 나가는 길에 아는 사람들한테 잘못 걸려서 의도치 않게 같이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야 됐었던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리고 더 운이 안 좋을 때는 "새 신도 방문 특별점심" 뭐 이런 거에 걸려서 한 3시간을 교회에 더 있어야 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이런 것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인터넷으로 설교를 들었던 게 더 편했다고도 생각한다. 지금도 이런 점 때문에 주일날 교회를 나간다기보다는 혼자 집에서 설교를 듣는 경우가 더 많긴 하다. 

만약 이 글을 필자의 부모님이 읽게 된다면 어떤 심정일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굉장히 분노를 표출하실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유는 꽤 명확하다. 필자의 부모님은 신실한 크리스천으로서 교회 나가는 걸 지극히 중요시하는데, 필자가 교회를 잘 안 나간다고 했을 때 한번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종교를 강요하지 말라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었고, 이것에 대해 부모님은 잘 받아들이지 않으셨었다. 한번 이렇게 크게 싸우고 난 뒤로는 그렇게 교회 나가는 거에 대해선 언급이 따로 없었는데, 필자는 어느 정도 부모님의 의견을 이해를 하면서도 교회 나가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시는 거에 대해서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필자가 왜 교회를 그리 안 좋아하는지에 대해 부연 설명을 좀 더 해보겠다.

일단 교회 문화가 인간의 신앙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라는 사람들의 견해에 대해 존중은 한다. 어떤 사람들은 친목을 다지고 교인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종교에 대한 믿음이나 신념이 두터워지는 게 사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목장 사람들이 약간 이런 원리를 가지고 있다. 매주 서로 저녁 식사 및 성경 공부를 하면서 일주일 간에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에 대해 기도제목을 나누고 하는 걸 보면 만나는 목적이 뚜렷하고 건설적이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라고 본다. 필자의 부모님 또한 이런 것을 하기 때문에 나름 존중은 한다. 그리고 이런 모임을 갖는 건 나이가 들으신 분들만 하는 게 아니라, 필자의 나이 또래인 20~30대로 이루어진 청년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적어도 필자 자신에게는 교회 문화가 그리 유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청년부부터 이야기해 보겠다. 물론 비슷한 또래 사람들끼리 만나서 예배드리고 성경 공부를 하면 그것이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엔 서로 놀고, 연애하고, 주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계기니까 만나는 비중이 더 크다고 본다. 흔히 말하는 그 "교회 오빠"를 만나는 문화 이런 것도 본인의 신앙 때문이 아니라 그 "교회 오빠"를 보러 주일날 몸을 이끌고 나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팩트가 아닌가. 특히나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더 그렇다. 한국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 곳에는 교회 아니면 만날 곳이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이 기회를 노려서 친구들을 만나고 이성을 찾는 게 오늘날 Korean-American의 현주소다. 이거 아니면 냉정히 말해 어플 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도 교회를 하나 찾아서 거기 중에 한 명 만나서 연애를 하던가 해보라고 추천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는 솔직히 이런 문화를 지양하고 싶다. 당연히 교회를 통해 누구를 만나서 결혼까지 골인하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커플에게 박수까지 쳐주겠다. 근데 이걸 종교적이나 순수 기독교인 입장으로 봤을 때 누구를 만나기만 위해서 교회를 나가는 게 결국 옳은 것인가? 신앙을 우선시하면 따라오는 게 사람이지, 사람을 만나러 오는 걸 우선시하고 신앙을 두 번째 목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독교인의 모습인가? 이런 질문들을 필자 자신에게 해봤을 때, 필자는 늘 같은 답변이였다. 신이 봤을때, 이걸 굉장히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신을 이용해서 어떤 만남을 만들어나가려는 인간의 본능, 이런 것이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때 신을 업신여기는 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교회를 나오는 건 신앙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포커스라고 정했을 때, 이성을 찾는 거는 거리가 좀 멀다고만 느껴졌다. 여기서 더 디테일하게는 말을 또 못 하겠는 게, 필자도 목사나 전도사가 아니어서 심도 있는 답변을 주기에는 조금은 어렵다. 이렇게 주관적인 건 복잡할 수밖에 없고, 의견 차이가 있다 해도 어느 의견이 막 틀렸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주제다. 어찌 됐든 간에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필자는 연애를 순수 목적으로 교회까지 나가는 건 기독교인으로서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는 못하겠다.

이제 필자가 글의 제목으로 지정한 문장에 대해 언급을 한번 해보겠다. "신과 나,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라는 문장은 필자가 입에 달고 다니기도 하고 먼 훗날에 필자가 아주 만약에 유명해진다면 명언으로 남기를 바라는 문장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어느 종교든, 본인이 어느 신을 믿든 간에 인간과 신의 관계는 1차원적인 원리라는 것이다. 모든 종교는 신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되는데, 그 외에 요소들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인간과 신의 관계에 있어서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거나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본인이 얻고 싶은 목적이 있을때, 신께 기도를 해서 요구하는 것이 그 관계에 충실한 거지, 그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구애를 하는 것은 종교의 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저 세상에 주어진 조건들로 해결을 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이걸 뒷받침해 주는 필자의 감동실화 스토리를 하나 풀자면 대학교 시절, 필자는 MCAT을 공부하면서 혼자 기도하고 혼자 신께 울부짖곤 했었다. 자세한 내용은 "유재석의 기도"라는 필자의 블로그 글에 나와있긴 한데, 간략하게 요점만 말하자면 그 당시 필자에겐 간절한 기도가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 외에는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점수가 바닥을 칠 때마다, 교회를 나가는 게 과연 도움이 됐을까? 어떤 교인들에 응원을 받아내는 게 과연 기도하는 것보다 도움이 됐을까? 필자는 오늘까지도 MCAT을 잘 보고 의대를 붙은 게 신이 움직여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필자가 믿는 건 딱 두 가지였다: 하나님과 필자 자신. 그리고 그 외엔 굳이 다른 걸 믿을 필요가 없다는 마인드였다.

요즘도 그래서 필자는 혼자 기도를 하고, 교회는 나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현재 필자가 사는 주변엔 한국 교회도 없다(가장 가까운 게 최소 1시간). 미국 교회 같은 경우 더더욱 비선호하는데, 이유는 뭔가 울림이 부족하다(?)라고 해야 되나. 필자에게 영 와닿지가 않는다. 설교를 들을 때,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하는 그런 메세지가 딱 머릿속에 들어와야 되는데, 왠지 모르게 미국 교회에서 하는 설교는 그런 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더 커서 그런지, 정말 미국 사람들에게 죄송하지만 영어 설교를 들을 때는 졸지 않고 10분을 넘기는 게 쉽지가 않다. 미국 교회를 잠깐 나갔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머리 끄덕끄덕하면서 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쑤였었다.

필자가 오늘 쓴 글이 이상적인 크리스쳔의 모습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필자도 언젠가는 교회를 나가고, 나중에 결혼 후 와이프가 생겨서 만약에 같이 나가자 하면 당연히 같이 갈 의향도 있고, 열심히 갈 마음도 있다. 하지만 현재 지금으로서는 내키지가 않는다. 마냥 공부 때문에 바빠서 시간상 교회를 못 나간다는 그런 식상한 변명보단, 솔직하게 필자가 가지고 있는 의견을 내놓고 싶었다. 종교도 어떻게 보면 주관적인 거 아닌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사람들은 social construct라고도 말하고 다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봤을 때 필자가 아주 이상하지는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도 필자처럼 본인만의 주관을 찾길 바란다. 그저 누가 교회나 절을 간다고 해서 따라 나가지만 말고, 독자 자신이 본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만큼 본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