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굉장히 주관적인 국힙 명반 BEST 3

오늘은 조금 신박한 걸 들고 왔다. 필자의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선정한 국힙 명반 세 개를 한번 소개해볼까 한다. 어떻게 보면 보편적(?)이지 못할 순 있지만 그래도 어렸을 적부터 국내 힙합과 랩을 꾸준히 들었던 입장으로서 어느 정도 신뢰가 있는 편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대한민국 인터넷 상에선 국내 힙합을 흔히 "국힙"이라 칭한다. 이에 맞게 외국 힙합은 "외힙"이라고 부른다. 힙합과 랩을 좋아하는 팬들을 그래서 보통 이 두 부류 선호도로 나누는데, 필자는 국힙 부류에 가까운 게 맞다. 외힙도 정말 좋아하고 많이 듣지만, 필자 유튜브 알고리즘에 선택된 영상들은 "J.Cole New Album"이나 "Best of Kanye West" 보단 "Dingo Killing Verse"나 "Mic Swagger Season 4" 이런 게 더 많이 뜨곤 한다. 아무래도 한국인 피는 못 속이는 것 같다.

워낙 유명하고 작품성 높은 국힙 명반을 하나하나 순위를 매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필자가 좋아하는 순으로 글을 한번 써봤다. 독자들이 그냥 편하게 읽고 맘에 들면 유튜브나 Spotify에 검색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럼 더 긴말 없이 첫 번째 앨범을 소개하겠다.

"Lifes Like"

필자가 학창 시절 가장 즐겨 들었던 작품이자, SNS에도 여러 번 언급했던 이 앨범은 빈지노, 시미 트와이스로 구성된 재지팩트의 정규 1집 "Lifes Like"다. 필자가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앨범이다. 2010년에 나온 이 데뷔 앨범은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빈지노를 화려하게 한국 힙합 씬에 등장시키는데, 빈지노를 신예 루키에서 곧바로 스타덤 계열에 오르게 한 결정적인 계기라고 볼 수 있다. "Lifes Like"는 빈지노의 가장 풋풋한 감성과 타이트하고 스킬풀 한 래핑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앨범으로서 14개의 수록곡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띵곡으로 채워져 있다. 시미 트와이스에 중독적인 재즈 피아노 비트 위에 빈지노의 끈적이면서 자연스러운 라임을 담은 랩은 듣기 정말 편하면서 가사에도 집중을 하게 된다.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트렌디함은 물론, 오늘날까지 많은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몇 안 되는 국힙 명반으로서 매우 완벽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재지팩트는 아쉽게도 Lifes Like 이후 얼마 안 돼서 빈지노가 도끼와 더콰이엇의 레이블 일리네어를 입단하는 바람에 활동을 중단하고, 2017년이 돼서야 정규 2집 "Waves Like"를 발매하게 된다. 빈지노가 일리네어에서도 훌륭한 업적을 이루어 내었지만, 재지팩트로서 좀 더 성공을 했으면 한국 힙합이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 아까워" 그리고 "Close To You"를 꼭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PRIMARY AND THE MESSENGERS"

두 번째는 국힙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듣자마자 바로 알아채는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2012년에 낸 정규 1집, "PRIMARY AND THE MESSENGERS"다. 중학생 시절, 필자가 가장 처음 구매한 앨범으로서 소장하고 있다는 것에 굉장한 뿌듯함을 느끼는 명반이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박명수의 가요제 파트너로 출연했었던 프라이머리는 앨범 커버에 나온 박스를 머리에 쓰는 걸로 많은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는데, 프로듀싱 실력은 빼어나고 해외 진출을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티스트다. 그의 정규 1집은 일단 피처링 라인업부터 기가 막힌다. 가리온, 개리, 사이먼 도미닉, 이센스, 자이언티, 빈지노, 팔로알토, 다이나믹 듀오 등등 한때 국힙을 씹어먹던 시절이 있었던 래퍼들은 죄다 모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거의 한국판 DJ Khaled(?) 느낌이다. 특히 앨범 발매 당시 무명이었던 자이언티는 수록곡 "씨스루" 덕분에 이름을 알리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멜론 차트 음원깡패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그리고 "입장정리" 라던지 CD에만 특별 수록된 보너스 트랙 "거기서 거기읾"은 오늘날 절대 볼 수 없는 슈프림팀과 다이나믹 듀오의 조합을 들을 수 있다. 프라이머리의 앨범이랑은 별개로 슈프림팀 (이센스, 사이먼 도미닉)과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는 2013년에 대한민국을 들썩인 디스전을 펼치는데 여기서 나온 게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유명한 그 컨트롤 디스 사태다. 그러므로 인해 그 둘에 마지막 조합은 프라이머리의 앨범인 셈이다. 이 조합 말고도 신선하면서, 색다른 조합을 선보이는 이 앨범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잡은 몇 안 되는 힙합 앨범으로서 프라이머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뽑힌다. 완성하는데 총 2년이 걸렸다는데 수록곡이 20곡이나 되는 걸 보면 이해가 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물음표" "멀어" "씨스루" "독" "3호선 매봉역"을 추천한다. 특히 "3호선 매봉역"은 필자의 인생 곡 중 하나다.

"The Anecdote"

세 번째로 소개하는 앨범은 주관적이지 않다. 이건 "객관적"이다. 힙합 음악 장르를 넘어서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의 56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앨범은 국힙 시장에서 1대장으로도 불리는 이센스의 정규 1집, "The Anecdote"다. 이센스를 가장 유명하게 알린 명반이기도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앨범이라 볼 수 있다. 2015년에 발매가 됐는데 이 당시 이센스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을 하는 중이었어서, 대한민국 최초로 가수의 복역 중 음반이 발매된 사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센스 개인 사생활을 떠나서 이 앨범은 대한민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앨범으로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슈프림팀에서 기분 좋아지고 재밌는 음악을 하던 이센스는 정규 1집을 발매하면서 180도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데, 그를 국힙 원탑에 올려놓은 계기라고 볼 수 있다. 이센스가 말하는 인생에 대한 직설적이면서 냉철한 비판이 담긴 이 앨범은 필자가 살면서 들어봤던 많은 음반 중 가장 어두운 음반이라 말하고 싶다. 대표곡 "The Anecdote"부터 그의 아버지의 죽음, 어린 시절의 고생을 들을 수 있는데, 눈물이 난다라고 하기보단 뭔가 세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드는 곡이다. 유명한 영화 Inception이나 Interstellar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그 영화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맴돌듯이, The Anecdote도 필자의 머릿속에 며칠 남아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었다. 솔직히 국힙을 좋아한다면 의심 없이 무조건 들어봐야 하는 앨범이며, 어떻게 보면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교과서라고 보는 것도 맞다. 심지어 유명한 래퍼 딥플로우는 인터뷰에서, "드디어 한국의 Illmatic이 나왔다고 보면 돼요"라고도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찬사를 받은 앨범이다. 다만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앨범이랑은 거리가 멀기에, 뭔가 스트레스받거나 인생이 힘들 때 들으면 좋은 명반이다. 당연히 필자가 추천하는 곡은 "The Anecdot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