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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왜 우리나라에서 해외축구가 국내축구보다 인기가 많을까?

2018 러시아 월드컵 평가전 한국 대 폴란드 선발 라인업

필자는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왔던 취미가 있다. 국내에서 자란 한국 남자라면 한 번쯤은 접해본 적이 있는 그것. 다름이 아닌 바로 ‘해외축구’다. 축구팬들은 짧게 ‘해축’이라고도 부르곤 한다. 필자는 요즘에도 해축에 관한 모든 뉴스나 기사는 다 읽어 보려 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경기 중계를 챙겨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축잘알한테는 당연한 것이지만, 축구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이 상황을 좀 아이러니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자국리그이기에 더 가깝고 직관이 가능한 K리그를 놔두고 왜 굳이 해외축구에 더 관심을 갖는 걸까’라고 질문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팩트는 우리 주변에 웬만한 축구 팬들은 해외축구를 더 선호하며, 더 많은 경기를 챙겨보곤 한다. 이걸 확인해보고 싶다면 이들의 대화를 잠깐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전북 대 수원 경기 봤냐” 보단 “오늘 첼시 대 리버풀 경기 봤냐”를 훨씬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K리그 팬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30대 이상으로만 가도, 자국리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최근엔 10대와 20대가 유입이 많이 된 것도 사실이다. 2018년 1월, 아프리카와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하는 BJ 감스트가 홍보대사로 위촉이 되면서 어린아이들과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얻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었다. 선임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결과로만 따지면 감스트가 성취해낸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팀들을 방문하면서 경기를 직관하는 것뿐만 아니라, 클럽하우스 소개 영상, 팬사인회, 선수들 초청 방송 밑 여러 가지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며, 많은 국내 팬들을 K리그로 유입시켰다. 특히 그전에 2017 K리그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경기 직관을 단 한 번도 안 간 아이돌 그룹 ‘러블리즈’랑 비교해본다면 감스트는 역할을 정말 열심히 수행했던 셈이다. 감스트는 성과를 인정받아 이듬해인 2019 시즌에도 홍보대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근 30kg 이상을 감량한 감스트

하지만 감스트가 아무리 잘해도 언제나 해축 팬들이 더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위에 언급했던 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이유는 이러하다.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국내 축구는 해외축구에 비해 리그의 수준과 선수들의 실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역사와 전통도 많이 뒤처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수록 이해하기는 쉬워진다.

첫 번째, 인류학자의 관점으로서 이걸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축구는 예전부터 서양이 동양보다 훨씬 월등했으며, 이 이유는 가족 문화에서 찾아낼 수 있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문화에 있어서 서양과 동양의 큰 차이는 바로 주입식 교육인데, 대부분의 케이스는 이러하다. 서양 부모들이 아이들의 특기나 관심사를 존중해 적성에 많게 키우는 방면, 동양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라는 틀 안에 교과서 위주의 지식만 강요하면서, 오직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 방향으로 키우곤 한다. 여기서 더 깊게 설명을 하는 건 피하겠다. 요즘 대한민국 맘충들은 중학교 2학년 아이들 못지않게 매섭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서 안 좋다는 게 아니다. 그저 동양인들은 어쩔 수 없이 예체능 분야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 것뿐이다.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돈을 투자하는 방향도 다른 것이 인지상정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유스 시스템을 육성시키는 건 서양이 문화적으로 훨씬 압도적인 장점을 고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므로 인해 더 많은 유망주들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인사들이 국내 축구 보단 해외축구에서 유래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영국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

두 번째, 국내 축구 리그인 K리그의 역사는 해외축구 리그들에 비해 굉장히 많이 짧다. 전 세계가 매년 열광하는 English Premier League에서 맨유나 리버풀 같은 클럽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100년은 쉽게 넘고, 150년 가까이 되는 클럽들도 꽤 많다. 세월이 지나면서 수많은 클럽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유럽의 나라들은 보통 3부, 4부 리그까지 운영을 하며, 심지어 독일의 Bundesliga는 9부 리그까지 존재한다고도 한다. 반면, K리그는 1983년에 출범을 했고, 승강제 도입도 2013년이 돼서야 생겼다.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는 2013년 전에는 창설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해외축구 리그들이 엄청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기에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이미 유럽에서 자리를 잡았고, 자연스럽게 축구계의 관심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현재 토트넘에서 국위 선양하면서 우리나라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도 어린 나이 독일 클럽인 함부르크에서 유스 시절을 지나 였기 때문에 해축 세계에서 큰 문제없이 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거에 대해 결과론이라고 제시해 볼 수 있는데 물론 아니다. 국내 축구에서 자란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늦은 나이에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고 성장도 뒤늦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세대 축구선수 기성용도 스무 살이 넘어서야 FC서울에서 셀틱으로 이적을 할 수 있었으니, 독일에서 열일곱에 데뷔한 손흥민보단 조금 늦은 편이었다.

여기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추가로 병역제도를 따라서 의무적으로 군대를 2년 동안 복무하고 와야 한다. 축구선수 신분을 배려해서 주로 상주 상무라는 팀에 배정을 받게 되지만, 해외파 선수 일 경우 군 복무만큼 큰 페널티가 없다. 중요한 나이 때에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빼와서 군입대를 한다는 건 어느 선수든 커리어의 큰 걸림돌이다. 보통 아시안컵 금메달이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오면 정부에서 군면제를 부여하는데, 이 또한 문재인 대통령 정권 이하에 법안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리그 수준은 해외축구가 훨씬 더 높은 편이지만, 예외는 존재한다. 해외축구라고 모든 리그가 다 월등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남미 쪽을 보면 펠레, 마라도나, 호돈신, 그리고 호나우지뉴, 이렇게 유명한 레전드들은 많아도 리그 수준은 유럽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남미 리그들의 가장 큰 원인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나라들의 경제가 전체적으로 안 좋다 보니 단장이나 구단주들이 많은 투자를 할 수 없게 되고 규모도 많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통 여기 출신 유망주들은 빅클럽들의 스카우팅을 통해 어린 나이 때 유럽으로 이적을 추진하곤 한다. 또 다른 예는 북아메리카, 대표적으로 미국이다. 90년대에 MLS를 창단하면서 미국에서도 축구의 부흥을 이끌려고 했으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실패작이다. 미국인들이 돈은 그 전 세계 누구보다 많지만 남미랑은 큰 다름없이 투자는 턱없이 적게 한다. 나라 자체가 축구에는 관심이 없고 미식축구, 농구, 그리고 야구에만 오로지 주의를 기울이니, 큰 손들이 모든 돈을 다른 종목에다 꼬라박는 거고, 축구에게 건네줄 자원이 부족한 것이다. 미국은 미식축구, 농구, 그리고 야구의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축구의 미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챔피언스 리그

마지막으로, 해외축구에서만 운영하는 엄청난 리그가 있다. 유럽 나라의 클럽들만 참전할 수 있는 바로 '챔피언스 리그'다. 브금만 들어도 전율이 흐르는 챔피언스 리그, 이 별들의 전쟁이 존재하는 덕분에 국내 해축 팬들이 급격하게 유입이 될 수 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친구들이랑 치맥을 하면서 다 같이 관전하는 거만큼 소위 말해 쌉오지는게 없다. 심지어 필자는 한국 가서 친구들이랑 클럽이나 포차 가는 것보다 누구 집에 모여 음식 배달을 시키고 다 같이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더 하고 싶다. 이 인기 많은 챔피언스 리그에 대해 좀 설명을 하자면, 매년 유럽 각국에서 우수한 성적을 이룬 클럽들이 모여 유럽 최강의 클럽을 결정하는 컵대회이다. 주로 여름인 7월에 시작을 해서 결승은 이듬해 5월에 이뤄진다. 이 대회는 피파 월드컵 못지않게 인기가 하늘을 찌르며, 세계적으로 매년 주목을 받는다. 

메시와 날강두처럼 축구 외적으로도 글로벌 슈퍼스타인 선수들, 그리고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국을 대표했던 박지성 선수나 현재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 이런 걸 보아하면 해축의 인기는 언제나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다. 유입이 더 되면 됐지, 빠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현재 전망으로선 국내 축구가 해외축구를 따라잡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 볼 수 있다.